축구 자본주의
정정당당한 스포츠란 없다
우리는 스포츠가 보통의 사회에는 없는 이상적인 제도를 갖춘 경쟁이라고 믿는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고 승패를 받아들이는 건강한 사회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상 프로축구는 사회보다 어떻게 보면 더욱 잔인한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 세계다. 경쟁에서 승리하면 더욱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고, 그 수익을 이용해서 더 좋은 선수를 사 모울 수 있으며, 그 덕분에 또다시 승리를 챙긴다.
때문에 상위 몇 팀은 항상(확률적으로) 승리를 쟁취한다. 프로축구의 세계에서는 승리가 모든 것이다. 승리를 해서 상위 리그로 진출해야 더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올 수 있다. 또한 승강제는 이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하위리그로 떨어지면 그 순간부터 수익은 현저히 줄어든다. 관중과 텔레비전 중계료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수 연봉도 줄어들지는 않는다. 선수가 떠나지 않는 한 하위 리그에 있더라도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상위 리그에 맞춰 운영되던 구단은 이제 적자 폭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오로지 승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하위 팀에게 승리란 환상일 뿐이다. 문제는 그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쟁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오로리 승리를 위해서만 돌아가는 이런 잔인한 경제가 축구 이외의 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나 않을까? 우리나라 기업은 직원의 안녕과 수익보다, 미래에 혹시 얻을지도 모르는 이득을 위해 치킨 게임을 하고 있지나 않을까? 프로 축구단에게는 승리의 영광이라도 있는데, 과연 일반 기업에게는 무엇이 돌아갈까? 잔인한 축구의 경제를 보며, 우리 눈앞에서 돌아가고 있는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