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 88개의 모래알로 남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어린이의 눈높이로 기록한 잊지 말아야 할 역사
한 세기가 흘렀다. 올해로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전쟁 세대들이 가슴에 한을 묻고 이 땅을 떠났다. 일제의 식민통치 36년 동안에 많은 치욕을 당했지만, 그중에서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미국, EU 등의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고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권고했으나,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공식적인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어느 기자는 일본이 그들의 죄상을 증언할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지연하고 있다는 비판을 언급하면서,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일본 정부의 각성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존해 있는 고령의 위안부 할머니는 이제 88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규희 작가의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꽃다운 처녀 시절을 유린당한 황금주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김은비라는 12살 소녀의 이야기와 엮어 액자 형식으로 쓴 장편 창작동화이다. 은비는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통해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할머니의 삶의 이해하게 되고 할머니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헤아리게 된다. 무거운 할머니의 이야기가 은비의 밝고 씩씩한 삶의 태도와 어우러지면서 독자들이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게 한다.
이 작품은 황금주 할머니의 증언을 픽션으로 재구성하여 액자틀 안에 담아 기록함으로써 ‘용서하되 잊지 않아야 할’ 민족의 뼈아픈 과거를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모래알이 다 빠져나가 텅 비어 버린 모래시계처럼, 하나둘 세상을 떠나 곧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릴 할머니들의 삶이 우리들의 가슴에 새겨진다.